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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新 인맥]개원 40주년 프랑스 문화원
– 70~80년대 한국 영화키드의 산실 [ 원문기사 링크 ]
(전략)… 영화평론가 정성일(49)씨도 프랑스문화원 키드다. 중학교 3학년인 정성일은 우연히 신문에서 ‘금지된 장난’이라는 영화를 프랑스문화원에서 상영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당시 라디오에서 영화평론가 고(故) 정영일씨는 영화 ‘금지된 장난’과 ‘길’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영화로 자주 소개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극장에 다니며 홍콩 쇼브러더스 마니아였던 정성일은 이 영화가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데 프랑스문화원에 가면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그날 ‘금지된 장난’과 같이 상영한 ‘기관총 부대’라는 제목의 영화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정성일씨는 “장뤼크 고다르의 영화는 태어나서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방식의 영화였고, 이때부터 ‘도대체 영화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라는 질문을 품은 채 프랑스문화원에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종전까지만 해도 영화는 줄거리나 액션을 보고 배우 이름을 파악하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문화원에서 본 영화들은 뭔가 달랐다. 주연배우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본다거나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거나 연속적인 편집을 거절하고 몽타주 방식으로 화면을 연결하는 등 이전 한국 영화나 홍콩 영화, 미국 상업영화와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당시의 충격을 그는 ‘코페르니쿠스의 발견’에 비유했다.
매진으로 영화를 볼 수 없을 땐 인근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으며 죽치고 앉아 다음 차례를 기다렸다. 앞의 영화를 보고 자리를 뜨는 사람이 있으면 재빨리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당시 그 중국집에는 그와 같은 목적으로 자장면을 먹는 이들이 꽤여럿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또 하나. 누가 봐도 중학생일 게 뻔한 그가 문화원에서 성인영화를 상영하는 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당시 영화표를 팔던(장내 정리비 명목으로 20~50원의 관람료를 받았다) 문화원 직원 양미을씨에게 돈을 내며 물었다. “저도 이 영화 봐도 되나요?”라고. 그러자 양미을씨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표를 내주면서 이렇게 반문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라고. 우문현답(愚問賢答)이었던 셈이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