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잃은 소리꾼 가족의 귀향, 굴곡진 한 풀어내는 흥의 가락 (기사 원문링크)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57)서편제 감독 임권택(1993년)
1992년 11월 18일 오전 9시 20분, 전라남도 완도에서도 멀리 떨어진 청산도. 씬 41. 장면의 지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멀리서 진도 아리랑을 주고받으며 송화와 유봉이 걸어온다. 동호도 흥이 나서 매고 있던 북을 친다” 정일성은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았다. 모두들 저 멀리서 걸어오는 세 배우, 김명곤, 오정해, 김규철을 바라보았다. 노래 부르고 장단 맞춰 춤을 추며 그들이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리 아리링,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번역할 수 없는 후렴구. 하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따라 부를 수 있는 흥. 이 장면은 세 번째 촬영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상영시간 5분40초. 한국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롱 테이크. 아마 그 말을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의 하나, 라고 살짝 바꾸어도 괜찮을 것 같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