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MDB > 영화지식 > 전문칼럼 > 임권택x101; 정성일, 임권택을 새로 쓰다 ]
장군의 아들 The General’s Son (1 of 3) (1990, 임권택) (2013-09-03) [기사링크]
고백. 내가 영화에 홀린 까닭은 단순하다. 영화가 활동사진이기 때문이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다. 사진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시간, 거기서 더 이상 사진이기를 중단하고 갑자기 새로운 시간이 시작하는 순간, 내 눈앞에 있는 모든 현실이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이 그 무언가의 힘 안으로 들어가 버린 다음 거기서 시침 뚝 떼고 다시 세상이 시작할 때, 거기서 나는 새로운 세상의 일부가 되어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거기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나는 몇 번이고 거기서, 라고 썼다. 거기서, 라는 지칭. 오랫동안 영화에서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았다. 루이 푀이야드의 <뱀파이어들>을 보았을 때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거기서 내가 왜 그렇게 영화에 홀렸는지를 보았다. 똑같은 이유로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스트롬볼리>를 보았을 때 그걸 확인하게 되었다. 영화는 현실을 재현하는 예술이 아니다. 그와 똑같은 의미로 꿈을 구성하는 예술이 아니다. 영화는 현실과 나 사이에 놓여진 간격의 세상을 창조하는 예술이다. 영화를 보는 나는 그 간격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영화를 향해서 질문을 던질 때 그것은 그 간격의 구성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