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창을 울린 옥이
글: 정성일(영화평론가) / 2014-04-09 (기사링크)
우리들이 함께 영화를 보는 공동체라면 영화의 역사가 상상의 시네마테크인 것처럼 이야기를 시작해보고 싶다. (적어도 한국영화에서, 우리들에게) 1966년은 이만희의 <만추>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1966년 12월 3일 명보극장에서 개봉한 이만희의 영화. 물론 나는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몇 차례이고 한국영화의 대가들을 만나면서 같은 질문을 했다. 한 여름의 무더운 날 오후 수박을 사들고 가서 김기영 감독님을 만나 한참 인터뷰를 한 다음 마지막에 질문하였다. 감독님에게 한국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영화는 어떤 작품이었습니까. 잠시 나를 보더니 별로 생각하지 않고 내뱉듯이 별다른 수식을 더하지 않고 대답했다. “<만추>” 아직 대학생이었던 시절 동서영화그룹 친구들과 유현목 감독님을 모시고 가진 술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하였다. 약간 눈을 가늘게 뜨시면서 잠시 생각을 한 다음 대답했다. “나운규의 <아리랑>, 이규환의 <임자 없는 나룻배>, 이만희의 <만추>” 라고 하신 다음 한 마디를 덧붙이셨다. “이만희 그 놈은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났어”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