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 아저씨를 흉내내며...)
영화는 과거를 무대로 한다. 그러나 그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친구'와 사뭇 다르다. 친구가 과거를 우정과 낭만이 있었던 시대로 기억하며 향수에 빠지는 것과는 달리, 품행제로는 과거를 과장과 현실도피가 있었던 환상의 시대로 기억한다. 이 영화의 강점은 그런 시대적인 특성을 영화적인 미학으로써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열망을 화려한 대중문화로 감춰왔다'는 이 영화의 시대관은 독재자 박정희를 닮은 선생님이 어머니와 친해지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외면하는 주인공의 태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싸움 잘하는 주인공이 모범생과 사귀게 된다'는 뻔하디 뻔한 메인 플롯은 전부 주인공(과 관객들)의 환상이다. (상류층인 모범생 남자와 여자도 나름대로의 일탈의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아웃사이더인 주인공과 친해진다. 모범생 여자와 싸움 잘하는 여자가 둘다 주인공을 열렬이 사랑한다. 주인공은 여자모범생의 메이커운동화를 보고 자신도 좋은 신을 신는 것처럼 상류층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새로운 싸움꾼과 싸워야 한다는 정치사회적인 압력을 피하고 싶어서 그런 환상을 꿈꾸는 것이다. (환상 속에서 주인공은 남자모범생과 싸움꾼이 형제였다, 여자모범생이 싸움을 싫어한다. 이런 핑계가 환상 속에 존재한다. 마지막 싸움에 남자모범생이 달려오지만 그는 싸움에 개입할 수 없다. 그는 환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주인공은 싸워야 한다. 그에게 있어서 싸움을 빼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캡짱하던 놈이 캡장자리 놓치면 그야말로 '좁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싸움장면이 감동적인 것은 이런 환상들과 현실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 장면에서 관객들은 앞의 영화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에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과거를 무대로 하지만 현재의 젊은이들의 감성에 맞추는 영화를 만들어놓고도 에필로그는 '이런 일이 있었다'는 투로 끝내는 것이다. 그것은 관객들의 몰입을 일순간에 끊어버리는 가장 안일한 연출이었다고 말하고 싶다.(싸움 후에는 내가 환상이라고 언급한 것들이 정말 환상이었다는 듯이 더이상의 이야기를 끌어나가지 않는다.)
영화는 주인공이 현실을 극복해내고 실재 삶 속에서 환상들을 (일부라도) 쟁취해내는 내용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게 덧붙인다면 정말 내 취향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