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MDB > 영화글 > 전문칼럼 > 임권택x101; 정성일, 임권택을 새로 쓰다 ]
장군의 아들 The General’s Son (두번째 이야기) (1990, 임권택) (2013-09-17) [기사링크]
(두 번째 이야기) 두 번째 상황. <일대종사>는 <장군의 아들>과 정확하게 반대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한쪽이 상승하는 동안 다른 한쪽은 내내 하강한다. <일대종사>는 모두가 추락하는 이야기이다. 그들 모두가 처음 시작했을 때 절정에 올라있었다. 그래서 시작하자마자 엽문은 간단하게 말한다. “실력이 얼마나 좋은지, 사부가 얼마나 대단한지, 문파가 잘 났는지, 그런 건 떠들 거 없지, 쿵후, 그건 둘 중 하나지, 수평과 수직, 지면 눕고, 세로로 남는 자, 말할 자격이 있는 법이지, 내 말이 맞지 않나?” 모두가 수직으로 서 있었다. 그런 다음 한 명씩 가로눕는다. 물론 왕가위는 단순하게 엽문의 대결로 이어가지 않는다. 그의 목표는 다른 데 있다. <일대종사>는 어떤 의미에서 <멀홀랜드 드라이브>, 혹은 <열대병>처럼 둘로 잘린 영화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다가 갑자기 중간에 중단되고 (1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뛴 다음) 그 자리에 머물면서 자신이 잃어버린 시간을 (플래시백의 형식으로) 돌아본다. 물론 이 시간은 지나가 버렸고 이미 펼쳐져 버린 시간은 다시 그걸 되감싸 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 수직으로 진행된 시간. 수평으로 멈춰 선 시간. 이 시간을 감히 누가 이길 수 있을까. 두 개의 힘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그걸 익혔을 때 이미 때는 늦었다. 자기가 속해있던 고유한 세계의 법칙이 바뀌었고, 그 안에서 그래도 살아가는 자들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간다. (후략)